[뉴스포커스] 의사들 총파업 초읽기…정부, 엄정 대응 천명
[앵커]
앞으로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매년 2,000명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에 의사단체들이 반발하며 집단 휴진까지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정부는 집단행동에 가담하는 의사는 법적으로 엄정 대응하고, 면허 취소까지 하겠다고 강경대응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최덕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지금 모든 시선이 전공의들에게 쏠려 있습니다. 왜 그런거죠?
[기자]
네, 전공의란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말합니다. 항상 일손이 부족한 병원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제로 처치까지 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대부분 맡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면 환자들이 병원에서 의사가 없다고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겁니다.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겠다고 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 2020년에도 늘리겠다고 했는데, 이 때 전공의들이 거의 대부분 파업에 동참하면서 의료공백이 현실화됐고, 결국 정부가 의지를 꺾었습니다. 이런 전공의들이 다시 한 번 이번 의대정원 확대 추진에 반대를 하며 총파업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럼, 전공의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발표한 게 있나요?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공의들은 어제(12일) 회의를 열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연 건데요. 코로나 이후 화상 회의가 일상화되고, 바쁜 전공의들의 일정 등을 감안해 온라인으로 개최한 걸로 보입니다. 어제(12일) 저녁 9시에 회의를 했는데, 지금 이 시간 기준으로 아직 뚜렷한 결과를 밝히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들이 의대증원을 반대하고 있고, 정부의 추진을 막겠다며 머리를 맞댄 만큼 시간은 더 걸릴 수 있어도 뭔가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습니다. 이미 관련 데이터도 나오고 있는데요. 앞서 대전협은 지난 5일 수련병원 140여곳의 전공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느냐'고 설문했고, 88.2%가 참여 의사를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여기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등 5대 병원 전공의들도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죠. 그런 만큼 이번 회의를 통해 뭔가 대책이 나올텐데, 연가 투쟁, 집단 사직, 면허 반납, 집단 휴진 등 여러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했을 걸로 보입니다.
[앵커]
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군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전공의들은 왜 이렇게 증원에 반발하는 걸까요?
[기자]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단편적으로 보기보다 다양한 면을 봐야 할 텐데요. 우선, '너무나 힘들게 버티고 있는데 지원은 못해줄 망정 자리를 위협하려고만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께서도 각종 드라마 등을 통해 젊은 의사들, 전공의들의 삶이 어떤지 간접적으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제때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스트레스도 엄청나고, 딱딱한 위계질서에 생활은 고되고, 또 드라마에선 연애도 하지만, 실제론 사람 만날 시간조차 제대로 없는 그런 삶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화면 한 번 보시죠. 지금 보시는 게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의 SNS입니다. 요 며칠 새 글이 계속 올라왔는데요. 지난 목요일 밤 10시가 넘어 올라온 글을 보면, '종일 응급실 지키느라 밥도 챙겨 먹지 못했는데. 퇴근하고 들어왔더니 오늘도 이런 기사들만 가득. 제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너무 무섭네요.'라고 돼있습니다. 그러면서 링크한 기사들을 보면, 정부가 설 연휴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만약 전공의 등 의사들이 단체행동을 하면 강경 대응하겠다는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잠도 못 자고 일각을 다투는 환자들을 살리며 밤 늦게 기사를 보니 정부가 자신들을 압박한다는 기사들만 나온다는 거죠. 토요일 새벽 5시 좀 넘어서 올린 글을 볼까요. 18분 간격으로 심정지 환자 두 명이 연달아 실려오는 등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고 죽음이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라님들께서는 두 발 뻗고 주무실 이 시간. 여느때와 같이 오늘도 밤새 응급실을 지키고 있습니다.'라고 돼있죠. 물론 모든 전공의들의 마음을 완전히 똑같이 대변한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대략 이런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경쟁해서 이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데, 보듬어주고 지원해주고 칭찬해줘도 모자를 판에 왜 우리의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하느냐, 이런 마음일 수 있는 거죠.
[앵커]
의대정원을 늘리면 자신들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 부분 조금 더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번 제가 일본을 다녀온 이야기도 해드렸는데요. 이 부분이 우리와 일본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의대정원을 1,000명 넘게 늘린 일본에서도 의사들의 반대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 물어봤는데요.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의사들이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근무 시간이 줄어 좋아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가 늘면 자신들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여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의료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의사를 늘려도 지역이나 필수 의료로 가지 않으려 할 건 똑같다는 이유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말 마음 깊은 곳에는 의사들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갈등을 풀어갈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개인 의료 비용이 전세계적인 수준인 국가입니다. 또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돼서 앞으로도 의료수요는 넘쳐날 겁니다. 여기다, 이제 워라밸이 중요한 시대라 의사들도, 특히 젊은 의사들은 어느정도 자신의 삶을 영위하면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높습니다. 결국 의사가 늘어도 수요 공급의 따져보면 의사의 지위가 흔들리지 않고, 의사들은 조금 더 사람다운...